Review/Film

왜 코제트(Cosette)가 레미제라블의 히로인일까

Mr. Trollope 2013. 1. 1. 18:52


 


1862년 원작 초판본에 실린 에밀 바야르(Émile Bayard)의 판각화 중, 헐벗은 어린 코제트가 자기 몸의 몇배는 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는 이 그림은 레 미제라블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장발장이고, 작품이 미리엘 주교-장발장-자베르로 대변되는 구도를 갖고 있다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 미제라블의 얼굴은 언제나 코제트였다. 코제트는 어떠한 인물인가. 코제트가 한 것이 대체 뭐가 있다고. 학대받는 어린이에서 유순한 딸로,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테나르디에에게서 장발장으로 장발장에서 마리우스로 그녀의 소유가 바뀌었을 뿐. 그녀의 운명은 줄곧 다른 사람의 손에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과연 코제트는 가여운 어린아이라서, 비참한 사람들이란 제목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동정심 때문에 레 미제라블의 대표 이미지가 된 것일까. 아니다.  







외프라지 "코제트" 1815년 생


코제트는 팡틴의 딸이었다. 원래의 이름은 외프라지로 코제트는 "작은" 이라는 뜻으로 어머니 팡틴이 지어준 별명이다. 팡틴은 사생아로 코제트를 낳았고 뒤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당시 머물고 있던 여관의 주인 테나르디에게 코제트를 맡겼다. 테나르디에의 여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마치 모진 학대와 멸시를 받아면서 자랐다. 테나르디에의 집에서 보낸 5년 동안 코제트는 "마르고 창백했으며, 겉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손은 동상에 걸렸고 곳곳에 멍이 들었다. 얼굴 전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묘사된다.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의 부탁으로 테나르디에의 여관으로 찾아온 장발장은 팡틴이 지고 있다고 - 테나르디에가 주장하는 - 빚을 포함해서 모두 1,500 프랑을 지불하고 코제트를 데려 왔다. 테나르디에의 여관을 떠난 뒤 코제트는 장발장을 따라 파리로 왔다. 뒤에 자베르가 추격해오자 장발장과 코제트는 다시 도피해야 했다. 도망치던 중 두 사람은 한 수도원 - 프티 푁피스 수도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곳의 정원지기 포슐르방은 이전에 장발장이 마들렌 시장으로 있었을 때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 코제트는 수도원의 기숙사에서 살게 되었고 형식상 포슐르방의 딸이 되어 "포슐르방"이라는 성을 받았고, 장발장은 포슐르방의 형이 되었다. 코제트가 14세가 되었을 때 그들은 수도원을 떠났다. 왜냐하면 코제트가 장성한 뒤 자신에게 인생을 알게 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원망할까봐 장발장이 걱정하였기 때문이다. 


코제트는 어린시절에 대해 희미한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테나르디에 부부에 대한 끔찍한 인상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다만 어렴풋하고 막연한 상상만을 갖고 있으며 코제트는 가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장발장에게 물어보았지만 장발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날 코제트는 자신의 어머니가 천사처럼 그리고 성인과도 같은 그런 모습으로 등장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장발장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서 짧게 "무척 고생을 하셨으니까"하고만 대답해 주었다.


어렸을 때의 코제트는 무척 야위었고 창백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장발장의 보살핌 아래에서,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점차 성장하였고 마침내 아름다워졌다. 어느날 코제트는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동시에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가게 되었다. 이 시기에 그녀는 마리우스를 만나게 된다. 


코제트가 성장한 이후 그녀는 마리우스와의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 금욕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마리우스)과 금욕의 생활에서 자라난 사람(코제트)은 서로의 존재를 깨닫게 된 이후 빠르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데, 장발장은 처음 마리우스의 존재에 위기감을 느끼고 영국으로 이주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혁명의 물결에 휩쓸리게 되면서 결국 마리우스는 장발장과 코제트 두 사람 인생의 일부가 되었으며 장발장은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코제트와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리우스와의 결혼을 인정한 뒤 장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코제트를 마리우스에게 맡기고 떠난다. 뒤에 장발장이 베푼 헌신을 알게 된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데리고 장발장을 찾아가 사죄하였고 두 젊은 부부의 기도 속에서 장발장은 죽음을 맞이한다. 



때로 코제트는 수동적이며, 의존적인 인물로서, 텅 빈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녀의 인생은 항상 다른 누군가로부터 독립되어 존재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팡틴의 딸이었다가, 테나르디에게 학대를 받는 가엾은 아이로, 장발장의 사랑과 보호를 받는 유순한 딸이 되었다가 성장한 이후에는 마리우스의 구애의 대상이 되어 그의 아내가 된다. 때문에 혹자는 그녀가 가부장제의 화신이며, 조용하고 침묵하기만 하는 단지 아름다운 조각상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비난을 한다. 동시에 그녀는 레미제라블 세계의 악독하고 증오에 찬 악당들로부터 질투와 미움을 받는 - 그들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 인물이다. 테나르디에 부인은 코제트를 처음 본 순간 본능적으로 이 "밝고 화사한" 여인을 미워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작품 전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코제트는 팡틴의 딸이며 따라서 그녀에 대한 헌신은 비극적인 운명의 힘에 짓밟힌 팡틴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팡틴은 "법"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 살기로 결심한 장발장이 저지른 실수에 의해 몰락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과물이다. "마들렌"은 미리엘 주교의 뜻에 따라 "바르고 정직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인간"의 몰락에 눈을 감는 실수를 저질렀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자비심을 따라, 빛의 세계에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방법은 "법"을 따르는 것, "정직"과 "정숙"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량한 영혼이었지만 사생아를 가졌다는 이유로, 팡틴은 이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간주되었고 공장에서 쫓겨나 결국 거리의 인생으로 전락하였다. 장발장은 팡틴의 몰락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이 미리엘 주교의 참뜻과는 다른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미리엘 주교의 의지를 실천하는 것은 "법"에 의지하는 것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장발장은 코제트를 통해 팡틴에게 속죄하고자 결심한다. 코제트는 장발장이 우연히 알게된 여인 팡틴을 위해 베푸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장발장이 진정으로 미리엘 주교의 사명을 깨닫고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애의 길을 실천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결국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을 어둠과 범죄의 세계로부터 빛과 정직의 세계로 인도하였다면 코제트는 정직과 법률이 의미하는 냉혹하고 무자비한 세계로부터 인간애와 포용의 세계로 장발장을 인도한 것이다. 


따라서 코제트는 결국 마리우스와의 결혼을 통해서 작품의 주제를 완성하는 인물이다. 즉 코제트는 장발장의 딸으로서, "비앵브뉘" 미리엘 주교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장발장의 뜻과, 민중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기로 한 마리우스의 사상을 이어준다. les miserables는 과연 어떠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인가. 만약 그들에게 원칙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선한 인간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였다면,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세계가 아닌 자베르의 세계에 남았을 것이다. 자베르는 어떠한 사람인가. 그는 사냥개이자 냉혹하고 끈질긴 추적자- 장발장을 위협하는 단순한 악역-가 아닌, 정직과 근면의 "법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엄격하게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이로써 선과 악을 구분한다. 그에게 있어서 법의 세계를 넘어서는 인간은 모두 악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범법자가 한 주교의 은촛대로 회개하여 정직하고 근면한 시민들의 세상 속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라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을 구원하는 방식은 차가운 법과 규율이 아니다. 바로 비참한 사람들의 운명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되(마리우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법과 원칙(자베르)도 아니고 혁명과 폭력(앙졸라)의 방식도 아닌, (미리엘 주교로부터  장발장으로, 다시 코제트로 이어지는) 사랑과 인간애를 통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제트와 마리우스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해 마침내 레 미제라블, 이 작품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이상향이 완성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코제트는 이 작품의 전면에 위치하며 그녀가 작품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