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우리나라에 들여온 이름은 뒤에 몇개가 더 붙긴 했는데. 아마도 원제목만 봐서는 이게 무슨 영화인지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장난을 친 사람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던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추락'이다. 주인공인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모두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사고(=상심)를 당하고 병원에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는 다리 밑으로 추락한 사람을 건져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두 주인공 중 한명인 로이, 그는 스턴트맨이었는데 실연때문에 죽을 생각에 영화 촬영 도중 말을 타고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병원에서 그는 (팔이 부러져 입원한) 다른 소녀, 알렉산드리아를 만났다. 로이는 소녀를 상대로 꿈과 모험으로 가득한,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녀의 머리속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주변 현실의 공간과 인물들로 채워진다. 현실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다시 현실이 되어 소녀의 세상이 된다. 소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 화려한 색깔로 채색된 기묘한 세계로 이곳은 국적을 알기 어려운 옷차림과 무대로 가득한 상상의 공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기 어렵다.
토끼굴에 빨려들어가듯이. 소녀는 그의 이야기로 자신의 상상을 채웠고 소녀의 상상은 주변의 세계를 채웠다. 여기에서 상상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지고 양쪽은 서로의 영역에 조금씩 들어간다. 상상과 현실의 대결이다. 상상은 현실을 보여주고 현실은 다시 상상을 채우고 현실이 상상을 변화시키고 상상이 현실을 바꾼다. 그의 이야기는 소녀의 상상이 되었고 소녀는 다시 남자의 상상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기에 CG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소녀의 상상에 걸맞는 배경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느라 영화 제작기간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영화를 처음부터 보면 또 다른 색다른 맛이 있다는 점이다. 몇번이고. 다시 영화를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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