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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Film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by Mr. Trollope 2013. 3. 28.






고전은 곰씹을수록 맛이 배어나오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지.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영화를 다시 - 정확하게는 며칠 전 - 봤는데, 예전에 봤을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다. (레 미제라블 같은 song-through 방식은 아니지만) 덕분에 "Wouldn't It Be Loverly?" "I'm Just an Ordinary Man" "On the Street Where You Live" "I've Grown Accustomed to Her Face"와 같은 수많은 명곡이 이 영화 속에서 탄생했다. 이 중에서 "On the Street Where You Live"는 몇년전 영국 드라마 스킨스에서 니콜라스 홀트가 부른 버전도 있다. 노래가 완벽한건 아니지만, 영화 속 노래나 다른 가수가 부른 버전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On the Street Where You Live" 

니콜라스 홀트(in Skins)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를 불쌍히 여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고,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된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 그리스 신화에 딴지를 건다. 왜 조각상의 입장은 고려치 않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연극이 <피그말리온>이다. 이 작품은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각색되었고, 다시 1964년 오드리 햅번이 출연하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 (네이버 지식백과 : 마이 페어 레이디)



이 매력적인 영화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피그말리온"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하지만 내가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피그말리온 얘기는 네이버에서 검색해봐라.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음성학자인 히긴스 교수(렉스 해리슨)는 우연히 친구인 피커링 대령과 한가지 내기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6개월만 교육시키면 어떠한 천한 하층계급민도 국제 무도회에 참석할 정도의 완벽한 숙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내기의 피험자는 길거리의 소녀 일라이자 두리틀이다. 그녀, 일라이자 두리틀(오드리 햅번)은 기차역 근처에서 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정말 끔찍한, - 아무리 내가 영국식 영어를 알아듣기 힘들어한다고는 하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 심한 사투리를 사용한다. 바로 이 두리틀을 훈련시켜 완전한 사교계의 인물로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또한 영화가 진전되면서 처음에는 적대적이고 퉁명스러웠던 두 사람의 관계 역시 진전되는데, 무례한 상류계급 지식인에게 반항하는 가난한 소녀에서부터 점점 그를 사랑하게 되는 협력자가 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눈부신 ‘숙녀’로 다시 태어나게 된 뒤, 그녀는 자신이 히긴스와 마찬가지의 동등한 인간으로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I've Grown Accustomed to Her Face"

완고한 독신주의자 히긴스는

자신이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일단. 몇마디 하자면.






첫째는,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학부 시절 영국문화사 수업을 들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선생님은 런던의 모더니즘을 설명하면서 이 영화가 동런던 사투리를 소재로 하고 있으므로 필견할 가치가 있다며 추천해주셨다. 동런던 사투리를 바로 코크니(cockney)라고 하는데, 현대에도 영국의 하층계급이 사용하는 사투리다. 그리고 이 발음의 뿌리는 하층 노동t자들이 모여 살던 런던 이스트 엔드에 있다. 산업혁명과 함께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자 수많은 농촌 인구가 "The City" 런던으로 밀어닥쳤다. 당시 템즈강을 통해 들어오는 배가 정박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부두 노동자와 공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거대한 빈민가가 이곳에 형성되었다. 바로 동런던, "East End"였다. 코크니 영어의 특징은 더럽게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 외에도 두드러진 특징은 H 발음을 탈락시킨다는 것 (영화 속에서도 히긴스 교수는 니들은 영국인이면서 왜 이렇게 영어를 못하냐. 대체 H 발음은 어디다 팔아먹었냐 며 투덜대는 장면이 나온다), /ei/ 발음을 /ai/로 발음한다는 것(히긴스 교수가 일라이자를 교육시킬 때. 그 유명한 문장이 나오는데, 바로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에서, 일라이자는 스'페인'이 아니라 스'파인'으로 발음한다) 등이 있다.

하지만 사실 표준어라는 것이 근대의 산물이며, 국민국가와 국민교육이 있은 뒤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 영화 속 내용의 역사적 좌표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왜 너희들은 "표준" 영어를 하지 못하냐고 일갈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한 이후에나 가능한 얘기인 것이다. 퀸즈 잉글리스는 코크니를 뭉개버리고 세계는 런던을 중심으로 정렬했으며, 문명은 The City of City에 집중되었다. 바로 이 시기에. 그렇기 때문에 코크니의 사용자와 퀸즈 잉글리시의 사용자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만나지 못했으면 사랑이고 나발이고도 없다.



둘째는, 강한 모더니즘의 흔적이다. 히긴스 교수는 언어가 사람의 지위를 결정한다고 믿는 인물이며, 교양과 품격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역설한다. 사실, 맞다. 언어는 그 사용자의 교양과 학식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근거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교육과 '교정'을 통해서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데 있다. 히긴스의 연구실은 갖가지 기계로 가득차 있고, 그는 온갖 기계로 음성을 녹음, 분석, 기록한다. 그가 사용한 음성기호가 정확한지, 그가 사용한 기계가 정말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에게 있어서 과학은, 인간의 수많은 불확실한 영역을 지배한다. 로고스의 무덤에 말뚝을 박을 지경인 요즘과 같은 21세기에서는 그냥 웃기는 일이지만 빅토리아 런던에서, 1960년대 서구에서는 - 그래도 아직까지는 - 근대가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과학은, 인간의 모든 방면에서 실질적인 향상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믿음. 과학적인 분석 방식이 모든 영역에서 도입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2013년의 우리는. 사실, 그 믿음이 너무 많이 무너져서 문제다. 과학이 인간의 모든 영역에 도입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진 이후 오히려 역행하다시피하여 미신 혹은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인 방법이 난무한다거나, 과학이 "과학적 방법론"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고 마치 마법과 같이 뭔가 새롭고 신기한 일을 만들어주는 힘처럼 받아들여지는 그런 실정이다. 이것은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새로 뭔가를 배워가는 과정인 것인가.


셋째는,  



셋째는,  






그냥 이 분으로 마무리. 뭔가 더 얘기하고 싶은데 머리가 뒤숭숭해서 정리가 안된다.

참고로 영화 속 노래는 이 분이 부른게 아니다. 때문에 상을 못 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