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활1 논문 한 편 예전 안암에서 본 일이다. 늙은 대학원생 하나가 교수연구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누런 색 소프트 커버 논문 한 편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논문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지도교수의 입을 쳐다본다. 지도교수는 대학원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논문을 이리저리 펴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논문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교수연구실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논문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논문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교수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 2010. 11.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