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瀟湘館/서안(2013)

서안 여행 일기

by Mr. Trollope 2013. 3. 9.





예전에도 블로그에다가 몇번 적은 것 같긴 한데,

난 여행을 싫어한다. 그때는 뭐라고 썼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난 별로 여행을 다니지 않았다. 국내건 국외건. 하지만 이곳에서 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방안에서 칭다오 맥주를 마시면서 인터넷 게시판에서 노닥거리는 일이 아니면 밖을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동안은 서안 구경에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놀면 뭐하나. 소고기 사먹겠지. 아니 남는 시간에 서안 이야기나 해 보려고 한다.

 



여행은, 여행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행위가 아니다. 여행자는 잘 통제된 계획과 안전하게 보장된 거리를 갖고 여행지를 대한다. 여행자는 자신이 "낯선" 곳에서 이색적인 즐거움을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소수의 여행자를 제외하고는 (위험을 좋아할 뿐 결국은 그들도 똑같지만) 낯선 곳에서의 충격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들이 원하는건 안전하게 통제된 경험이다마치 철창 안에 위치한 맹수를 들여다 보듯, "들여다 보고" 난 뒤, 그것을 "경험했다"고 착각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익숙하고 안전하게 관리된 타지의 낯선 풍경 속에서 "살균처리된" 이국적 문화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것 뿐이다.[1] 

 




예전에 중국 답사를 갔을 때, 명대 현성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는 곳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누가 그런 조그만 벽지를 찾아갈까분명 그곳 사람들은 여행객을 대하는데 익숙치 않아 보였다. 성벽을 구경하러 성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집앞에 나와 더위를 피하던 사람들은 내내 우리를 지켜보았다. 우리는 그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그들은 우리를 (멍하니) 지켜보면서, 성의 중심에 위치한 탑과 성벽을 서둘러 구경하고는 그 어색한 자리에서 급하게 떠나야 했다. 그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관광객에 익숙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에게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무슨 태평양 원주민도 아니고 당연히 한국인이 뭔지는 알고 있었겠지만. 본래 여행지에서 우리는 "공기처럼" 투명한 존재가 되어서 그곳을 조용히 "통과"해야 했다. 여행지에서는 누구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는다. 우리는 투명인간처럼 그들을 조용히 "관찰"하고 "빠져나온다." 원래 그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알아봤다. 우리는 그게 어색했고 그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통상적인 여행에는 있지만 여기에 결여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것은 여행지와 여행자 사이의 안전한 거리였다.  




나는 결코 이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중국에서 잠시 살았다고 해서 중국을 "안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관찰한 중국이 중국이라고 오판하는 잘못을 무릅쓰고서라도, 그래도 어쨌든 서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는 결코 그 속에 살지는 않았지만, 그 곳에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낯설게나마, 서툴게나마. 어쨌든 이곳에서 내가 보낸 시간을 여기에 적어 보도록 하겠다.   

 





[1] Van den Berghe, The Quest for Other : Ethnic Tourism in San Cristobal,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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