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瀟湘館/서안(2013)

음식에 관해서

by Mr. Trollope 2013. 6. 10.


솔직히 말해서, 한국에 있을 때 중국음식을 자주 먹었기 때문에 여기에 와서 음식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학교 바깥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을 경우 대부분은 매우 훌륭했다. 지삼선을 비롯해서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음식들은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달고, 맛이 있다. 중국 음식은 -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 세계 3대 음식 중 하나라는데 - 구라같지만 - 당연하게도, 나도 몹시 좋아한다. 하지만 외부 식당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또 학교가 좀 넓은 탓에 걸어서 나가기가 무척 귀찮다는게 단점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학교 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이게 정말 가관이다. 학교 식당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무척, (바깥에서 사먹는 것에 비해 1/2, 1/3 수준) 정말 무척 싸다는 것이고. 단점, 최악의 단점은, 맛이 정말 더럽게 없다는 점이다. 가끔씩 귀차니즘과 게으르니즘에 못 이겨 - 그리고 가끔씩 이곳 식당의 음식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망할 혓바닥이 망각한 탓에 -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말 참담해서, 음식을 들어 입에 넣는 순간 "아 씨발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란 느낌이랄까. 어딘가 모르게 몹시 억울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맛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내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음식이다. 어쩔 수 없이. 결국 내 선택은 컵라면으로 귀결. 여기에서 신라면, 그리고 신라면 컵라면을 정말 자주 먹게 되었다. 여기다가 가끔씩 KFC 햄버거와 서브웨이 샌드위치 그리고 피자빵과 콘 프레이크 시리얼. 


중국에 와서 이게 뭔 고생인지 모르겠다. 그냥 귀찮기는 하지만 나가서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기숙사에서 외부 식당까지 걸어가려면 귀찮음이 장난이 아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안암동 서관에서 종암동 맥도날드까지 걸어나가야 하는 거리랄까. 아니면 중앙도서관에서 안암오거리 청진동해장국을 먹으러 나가는 기분이다. 정말 짜증나게 멀다. 그리고 중국의 보통 식당 음식이 맛있기는 하지만 요리 하나가 20~30원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먹으러 나가야만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중국의 보통 주민들이 가는 그런 식당의 음식은 몹시 견디기 힘들지만, 개인당 20-30원의 지출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식당이라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혼자 나간다면 요리 하나만 시켜서 먹어야 하는데 그러면 선택의 폭이 몹시 줄어든다. 길가에서 취두부나 냉피 같은걸 먹는, 보통의 중국사람들처럼 같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몇번 해봤는데.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취두부의 냄새는 으악. 난 아직껏 향채도 제대로 못 먹는다. 취두부를 내가 먹을 수 있을리가. 


얼마 전에 몸무게를 재보니까 살이 빠졌더라. 

한국에 돌아가기 한 일주일 남으면 일주일 동안은 피자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