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의 추관推官

명대 소설《신민공안(新民公案)》에서 《한 부자가 빚을 속인 사연(富戶重騙私債)》이란 이야기가 있다. 복건福建 포성현浦城縣에 유지기劉知幾라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부자집 증절曾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는데 유지기는 너무나 억울하여 “부중府中에 곽사부郭四府라는 대인이 있어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해결해준다고 듣고” 문서를 들고 이형관(理刑館)으로 찾아간다.

소설 속에 나오는 부중府中 곽사부郭四府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곽郭은 분명 그의 성일 것인데 사부四府라는 것은 대체 무슨 관직인가? 또 이형관理刑館이라는 것은 또 어느 곳을 가리키는 말인가?

참고 : 명대 부의 배치도

(弘治《徽州府志》, <府志公廨圖>) 

가정嘉靖《건녕부지建寧府志》권8의 기록을 보면 건녕부의 관청은 다음과 같은 건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당正堂, 후당後堂, 경력사經曆司, 조마소照磨所, 6방六房, 의문儀門, 대문大門, 지부해知府廨, 동지해同知廨, 통판해通判廨, 추관해推官廨, 경력해經曆廨, 지사해知事廨, 검교해檢校廨, 이사吏舍, 가각고架閣庫, 의장고儀仗庫, 영풍고永豐庫, 사옥사司獄司, 원명묘元明廟, 부치루府治樓, 청군관清軍館, 독량관督糧館, 이형관理刑館, 유학儒學, 잡조국雜造局, 세과사稅課司, 체운소遞運所, 광보창廣寶倉, 음양학陰陽學, 의학醫學, 승강사僧綱司, 도기사道紀司, 신명정申明亭, 정선정旌善亭, 고루鼓樓, 종루鍾樓 등이다. 여기에서 “이형관理刑館”은 건녕부 관청에서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른바 “관청”이라는 것은 건녕부의 간판이 박힌 대문 안쪽에 있는 건물군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문 안쪽에는 “의문儀門”이 있으며 의문儀門 안쪽에는 “정당正堂”이 있다. 의문과 정당 사이에는 길다란 통로가 있고 양쪽에는 각각의 집무실이 배치되어 있는데 바로 “6방六房”이 위치한 곳이다. 정당은 또한 “전당前堂”이라고도 하는데 왜냐하면 전당 뒤쪽에 또 “후당後堂”이라는 건물이 있기 때문이다. 대문에서부터 후당까지의 여러 건물들이 합해 건녕부 관청 전체를 구성한다. 관청의 뒤쪽(그러니까 북쪽)과 그 양옆에는 중요 관원들의 숙소가 위치해 있는데 바로 “해廨”라고 불리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지부知府, 동지同知 통판通判의 숙소와 추관推官이 위치해 있는데, 또한 “아衙” 또는 “택宅”이라고도 하는데 바로 관리들이 임기 동안 거주하는 공간이다. 정당正堂, 후당後堂과 6방六房의 건물이 전체의 관청을 구성하여 하나의 부府에 대한 통치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또한 이곳을 “치소治所”라고 부른다. 이중에서 정당正堂은 부 행정의 중심이며 그 기능은 오늘날 군 단위 행정기관과 맞먹으며, 이곳에서 여러 중요 관리들이 공동으로 일상의 정무를 처리하였다. 정당正堂의 뒤편에 위치한 “후당後堂”은 곧 지부知府가 평상시에 공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지부知府는 하나의 부府에 설치된 최고관원이기 때문에 정당正堂은 또한 그의 집무공간으로, 무슨무슨 부라는 간판이 걸린 대문 안쪽에 위치한 모든 공간은 지부知府 아문衙門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사실 지부知府가 평소에 업무를 처리하는 곳은 “후당後堂”이다. 그리고 그밖에 다른 관원들 역시 각각의 업무공간이 있었다. 《건녕부지》에 적힌 “청군관清軍館”, “독량관督糧館”, “이형관理刑館” 모두 관청의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여기가 동지同知, 통판通判과 추관推官이 사용하던 집무공간이었다.

 

추관推官의 집무공간을 “이형관理刑館”이라고 불렀다. 여기에서 “이형理刑”이라는 글자는 추관推官이 맡은 업무의 내용을 가리킨다. 명 홍무洪武 3년(1370)에 처음으로 각 부府에 추관推官 1인을 두었다. 이것은 감찰어사監察御史 정기鄭沂의 상주에 따른 것이다. 정기鄭沂의 주문에 이르기를 “각 부府에 각각 추관推官 1인을 설치하여 형명刑名만을 맡도록 하고 다른 업무에는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며…(후략)” 라고 하여 명 태조의 허락을 얻었다. （《明太祖實錄》권53 洪武三年六月辛巳條） 그러므로 명대 추관推官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형명刑名만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달리 말하자면 “理刑名”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만을 담당한다”함은 뒤에서 말한 “다른 업무에는 간여하지 못하도록 한다”와 같은 뜻이다. 부府에는 다른 좌이관佐貳官들, 그러니까 동지同知, 통판通判 등이 있어 이들은 본연의 임무 외에도 여러 가지 업무를 겸하곤 했다. 동지同知는 곧 “군인과 장인을 감독하고(清軍匠)”, 통판通判은 “부의 양곡을 관리(管部糧)”하였는데, 이것이 원래 이들이 맡은 업무였다. 동시에 동지同知는 순포巡捕를 겸하여 각 지역의 방범을 맡았고 통판通判은 포도捕盜, 권농勸農，하공河工 등의 일을 맡았다. 추관推官은 일반적으로 이처럼 다른 업무를 겸직하지 않고 간혹 다른 업무에 동원되는 일이 없지는 않으나 모두 임시에 불과하고 겸직으로는 간주되지 않았다. 동지同知와 통판通判은 모두 여러가지 일을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숫자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여 동지同知는 일반적으로 2명까지, 통판通判은 5명까지 두기도 하였다. 추관推官은 곧 “형명刑名만을 담당하였고”, “오직 1명 만을 두었다” 여기에는 또한 예외가 있는데, 강서江西 길안부吉安府에서 “소송이 빈번하여, 감옥에 가둔 자가 천명에 달하는데 관원의 수가 부족하여 제때에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많은 수가 과로로 쓰러져 죽는 지경이라” 성화成化 22년(1486) 추관 1명을 증설하여 2명의 추관推官을 둔 기록이 있다.

 

다른 업무 이를테면, 청군清軍, 관량管糧, 순포巡捕, 권농勸農, 하공河工, 목마牧馬 등은 모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업무에 속한다. 그리고 이런 업무는 이吏, 호戶, 예禮, 병兵, 형刑, 공工의 6가지 분류에 따라 나누어질 수 있다. 청군清軍, 순포巡捕, 목마牧馬는 병정兵政에 속한다. 관량管糧, 권농勸農은 호정戶政에 속한다. 하공河工은 곧 공정工政에 속한다. 명대에는 옛 왕조의 제도를 따라서 행정은 위의 6가지 분류를 따랐는데, 중앙에는 6부部가 있고 지방에는 6방房이 있으며, 각각은 여기에 상응하는 행정기구가 존재했다. 지방의 관청의 입장에서 볼때 호정戶政과 형정刑政이 가장 일이 많았다. 호정戶政은 곧 재정과 관련된 문제였고, 형정刑政은 곧 민사 혹은 형사 재판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지방관원의 성적을 평가할 때 있어서 이 두가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명대明代에 성省 단위의 기관에서는 포정사布政司가 하나의 성省의 재정을 총괄했고, 안찰사按察司는 성省의 사법을 총괄하였다. 그 아래의 주현州縣에서는 방房이 업무의 복잡한/어려운 정도에 따라 설치된 상황이 각각 달랐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이방, 예방, 병방, 공방은 각각 1개의 방房이 있었고, 호방과 형방만이 여러 개의 방을 설치했는데 예를 들어 호방戶房 아래에는 조량방漕糧房이 있었고 형방刑房에는 초방招房 등이 있었다. 이는 또한 명대에 호戶, 형刑 두 업무가 지방의 행정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음을 증명한다.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만을 놓고 본다면 호정戶政의 주요 업무는 부역賦役과 관련된 것으로 호적戶籍과 전토田土의 등기에 따라 전부田賦과 요역徭役을 배분하고 다시 여기에 따라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일이다. 또한 이후에 거두어들인 세금을 상부에 운반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업무임이 틀림이 없다. 하지만 상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일은 해당 지역에 배당된 세금이 얼마고 그 중에서 총 얼마의 세금이 걷혔는지의 문제가 중요할 뿐이지 그 안쪽의 세세한 내역은 알 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형정刑政의 문제에 있어서는 문제가 다르다. 이는 이른바 “5형五刑” 즉 태笞, 장杖, 도徒, 유流, 사死의 5가지 형벌로 나뉘어지는데, 일단 민간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주현州縣으로 고발이 들어온다. 주현州縣에서 사건을 심리한 후에 죄형이 비교적 무거운 경우 사건을 부府에 올려 “신상申詳”하며, 부府에서 이를 검토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태형 이하의 사건인 경우는 주현州縣에서 임의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것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이른바 주현州縣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사건(自理詞訟)”에 속했다. 장형이나 도형 이상의 안건은 무조건 부府에 보고하여 검토를 받게 되어 있었다. 장형 이상에 속하는 사건은 부府에서 검토하여 결정하게 하였고, 도형이나 유형 이상의 사건은 다시 안찰사按察司에 보고하도록 하여 안찰사에서 형부刑部에 전달하여 검토하게끔 하였다. 관리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문제 또는 사건의 당사자가 관리인 경우는 즉시 부府에서 순안어사巡按御史 등의 관원에게 인계하도록 하고 순안어사가 이를 도찰원都察院에 보고하도록 했다. 종합하자면, 형명刑名 사건의 문제는 명대에 부府가 제 1차 심리 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면 아래에서 위로 보고하게끔 되어 있고 사건이 복잡하고 판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어 있으며 증인을 불러 묻고 따지며 증거를 확인하여 사건을 처리하게 하였는데, 도형 이상의 사건에서는 이에 더해 상세한 보고서를 갖추어 상부에 따로 보고하도록 했다. 호정戶政과 비교하여 형정刑政의 업무는, 관리의 입장에서 볼 때 훨씬 살떨리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관리들로 하여금 더욱 살떨리게 하는 일은,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는 일 뿐만 아니라, 상부에 보고한 사건을 검토한 이후에 이걸 파기환송하는지 아니면 인용결정하는지의 여부가 관리의 성적평가에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부府의 입장에서, 또한 관할 하에 있는 주현州縣의 수가 다르고 각 현縣의 상황도 다르지만 일단 장형 이상의 사건이면 모두 부로 보고가 올라오게 되는데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사건의 해결이 늦춰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범죄의 정황이 부정확하다던가 하는 등의 이유라든가 하는 경우,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늦춰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더더욱 안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장軍匠의 감독이나 , 부량部糧의 관리 등의 업무에 좌이관佐貳官을 두고 각각의 업무를 담당하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由所領주현州縣에서 보고해 올린 형명刑名 사건의 경우 역시 전문적으로 이 일을 처리하는 관원을 두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명대 부府에 추관推官 1인을 두고 “형명刑名의 일만을 담당하게 한” 이유이다.

 

추관推官은 명대 홍무洪武 3년에 처음으로 설치가 되었는데, 이 관직이 명대의 발명품은 아니고, 당대唐代에 처음 등장한 이후 역대 왕조에도 줄곧 이런 것이 있었다. 당대의 절도節度, 관찰觀察, 방어防禦, 단련團練의 여러 사使 직에 모두 막료를 두었는데 그 중에 추관推官이 있어 “추국옥송推鞫獄訟”을 담당하였다. 송대宋代에 이르게 되면 번진藩鎮의 권력을 주군州郡으로 되돌리고, 절도節度, 관찰觀察등의 사使 직은 경사京師에만 두었으나 그 막료의 기능은 부분적으로 주군州郡의 관직에 남아, 부府, 주州, 군軍, 감監의 보좌관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 때 살아남은 관직 중에서 절도節度와 관찰觀察 등 사使의 추관推官이 있다. 원대元代에는 각 로路에 추관推官을 두었는데, 명대明代는 원대元代의 로路를 고쳐 부府로 하였고 아울러 추관推官 1명 씩을 두었으니 사실 원대의 로路에 설치한 관직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라고 하겠다. 당대唐代에서 명대明代에 이르기 까지, 추관推官은 군사 지휘관의 막료에서 주군州郡의 보좌관으로 그 성격이 변화하였으나 그가 담당하였던 업무는 줄곧 동일하여 모두 “추국옥송推鞫獄訟”의 일이었다.

 

앞에서 설명하였다시피, 당송唐宋 시기의 주군州郡의 관직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송대宋代에는 또한 당唐, 5대五代 시기에 설치한 “여러 조관曹官”을 남겨두었다. 사법참군司法參軍을 남겨두는 것 이외에도 사호참군司戶參軍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사리참군司理參軍”을 두었는데 옥송감국獄訟勘鞫의 일을 맡고 있어 이것이 추관推官의 업무와 동일하다. 하지만 원대元代 이후에는 “사리司理”라는 이름이 붙은 관직을 설치하지 않았고, 이후에 “사리司理”는 추관推官의 별칭이 되었다. 예부터 “이理”와 “이李”의 두 글자는 서로 상통하였기 때문에 “사리司理”는 또한 “사리司李”라고도 불렀으며 때문에 추관推官을 “이관李官”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명대 부府에 설치된 관원은 지부知府, 동지同知, 통판通判과 추관推官이 “정관正官”에 해당된다. 지부知府는 정인관正印官이며 본부本府에서 소관하는 “모든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권력이 가장 크고 품급品級이 가장 높은 (정4품), 그러니까 “No.1”이었다. 동지同知, 통판通判과 추관推官은 지부知府의 좌이관佐貳官으로서, “각각의 업무를 나누어 맡았으며”, 각각 정5품, 정6품과 정7품에 해당했다. 따라서 품급의 서열에 따라 나누어 보자면, 추관推官은 “No.4”에 해당한다. 따라서 소설 속에서 추관推官을 가리켜 “사부四府”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가 부에서 4번째 서열에 위치하는 관원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추관推官의 업무를 생각해 볼 때, 그는 비록 4번째 서열에 위치하지만 그 위에 있는 두 좌이관佐貳官과 비교하여 볼 때 사실 훨씬 중요한 직책이었다. 노론魯論《사학전서仕學全書》에서 말하기를, “추관推官은 형명刑名을 담당한다. 안원按院이 출순出巡하였을 경우, 다른 부府의 전량錢糧, 형옥刑獄을 조사하고 관리와 아역의 잘못을 규찰한다. 때문에 추관推官의 권한은 동지同知나 통판通判과 비교하여 훨씬 무겁다. ”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원按院”은 곧 순안어사巡按御史를 가리킨다. “안按”은 곧 순안巡按을 말하며, “원院”은 곧 도찰원都察院을 지칭한다. 명대明代에는 모두 13도道 감찰어사監察御史를 설치하여 도찰원都察院에 소속된 어사御史를 파견할 때 순안巡按, 쇄권刷卷, 제학提學, 청군清軍, 순염巡鹽, 순하巡河 등의 일에 모두 “원院”을 붙였다. 이 13도 감찰어사監察御史는 해당 도道에 올라온 형명刑名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 이외에도 또 각 지로 파견되어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순안巡按”이라고 한다. 순안어사巡按御史는 도찰원都察院에서 황제에게 보고를 올려 파견하는 것인데 “황제가 직접 임명하는 것”으로 일단 황제의 명을 받아 파견되면 “천자를 대신하여 천하를 돌아다니게 되는 것”에 해당했다. 임무를 마치고 수도로 돌아가게 되면 도찰원에 보고하는 것 뿐만 아니라 또한 “즉시 황제의 어전으로 나아가 보고를 드리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순안巡按은 고작 정7품에 해당하는 관원으로 품급은 지현知縣과 동일하지만 그 권위는 훨씬 더 막강했다. 각 성省에 일단 출순하게 되면, 대개 1년을 기한으로 하는 것이 일반이었으며 기한이 만료되면 교체되었다. 순안이 해당 지역에 도착하게 되면 모든 죄수의 사건을 검토하고 아울러 해당 지역의 모든 사건 소송을 처리하였다. 호혼戶婚, 전택田宅, 투구斗毆와 관련된 사건은 즉시 처리할 수 있었고 만약 소재 주현州縣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상부에 보고하였다. 만약 현縣의 관리에게 문제가 발견되면 부府에 보고하였고, 부府의 관리에게 문제가 발견되면 포정사布政司에 보고하였다. 만약 포정사布政司의 관리를 고발해야 하는 일이면 안찰사按察司에게 보고하였고 안찰사按察司의 관리를 고발해야 할 일이거나, 각 사司의 관리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항목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처리할 수 있었다. 또한 원칙을 지키고 능력이 출중한 관원을 발견하게 되면 상부에 보고하여 추천을 할 수 있었으며, 부정부패를 발견하는 경우 또는 백성에게 해가 되는 관리를 발견하는 경우에는 즉각 법률에 따라 처리할 수 있었다. 어사御史가 일단 출순하게 되면 그 본래 임무는 관리를 규찰糾察하는 것이지만 사실 그 책임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 이를테면 부역賦役, 사송詞訟 등의 일에 있어서 모두 명령을 내려 시행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사명을 맡았음에도 명대에는 순안어사巡按御史가 “서리書吏 1명 만을 동행하는 것을 허락”하였기 때문에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역참驛站에서 사람을 사거나 경유지에서 궁병弓兵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상 홀홀단신이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업무가 빡센 편인데, 순안巡按은 어떻게 책임을 완수할 수 있었을까. 간단히 말해서 각 부府에 있는 추관推官의 협조를 통해 이룰 수 있었다. 명대의 규정에 의하면, 각 성省의 안찰사按察司 아래에 분순도分巡道가 있고 순안어사巡按御史와 동행하여, 해당 지역의 주현州縣의 전량錢糧, 형옥刑獄 등의 문제를 조사할 때 다른 부府의 추관推官을 동원해 사실을 판단한다. 명령을 시행할 때는 소재 주현州縣의 수령관首領官(주州의 이목吏目과 현縣의 전사典史)의 도움을 받아 초안抄案을 작성하여 시행한다.

 

순안어사巡按御史의 직권 범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명대에는군軍과 민民을 따로 나누어 통치하였기 때문에 도사都司를 정점으로 하는 위소衛所가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사司 부府 주州 현縣이 또 하나의 체계를 이루었다. 그러나 순안巡按이 해당 지역을 조사할 때에는 모든 군軍 민民 등이 모두 억울한 일이 있으면 순안巡按에게 고발하는 것이 가능했다. 제도상에 있어서 순안巡按은 실질적으로 일반 군인 백성들이 최고 권력기관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으며 최고 권력기관의 입장에서는 중간에 위치한 각 성省 안찰사按察司나 분순도分巡道 등이 소속 부府 주州 현縣을 감잘하는 것 이외에도 따로 13도道 감찰어사監察御史를 파견하여 부府 주州 현縣을 감독하고 사건을 형사 민사 사건을 직접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였으며 각 부府 주州 현縣의 관리 및 하급 관리를 대상으로 규찰하며, 여기에는 아울러 포布, 안按 두 기관과 수守, 순巡의 두 도道의 관리들로 해당되어 황제가 직접 지방 관리를 감독하는 순찰제도巡察制度의 기능을 하였다. 이렇듯 순안어사巡按御史는 황제를 대표하여 지방을 순찰하였기 때문에 매번 어사御史가 당도하면 지방관은 이들을 맞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외에도 불안석일 수 밖에 없었다. 이들 순안巡按과 협조하여 각 사항의 문제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 추관推官이었기 때문에 본래 맡은 직책이 가진 권력 이외에도 힘을 더해 주었다. 또한 매 3년마다 “대계大計”라고 하여 관리의 성적을 평가하는 기간이 되면 추관推官은 순안어사巡按御史 및 각 부府의 지부知府와 각 성省의 포布 안按 두 사司 등의 관리와 협조하여 소속 관리들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다. 때문에 《명사明史·직관지職官志》에서는 추관推官의 직책에 대해 “형명을 처리하고 관원의 기록을 작성한다(理刑名，贊計典)”이라고 요약했던 것이다. 명대 중기 이후부터 어사御史의 순안제도巡按制度가 보편적으로 시행되었고, 각 부府의 추관推官이 실질적으로 “다른 업무에는 간여하지 않았으나”, 순안巡按과 협조하여 다른 부府의 전량錢糧과 형옥刑獄의 사건을 조사하는 일을 맡았다. 형명刑名의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였고 그 외에는 본연의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매년 기간이 도래하면 순안巡按과 협조하여 업무를 보조하였지만 순안巡按에게 협조하는 것이 겸직兼職으로 간주되지는 않았다.

 

“추관推官”이라는 관직은 강희康熙 6년(1667)에 폐지되어 사라졌다. 이로써 당대 이후부터 줄곧 “형명刑名의 일만을 담당”하였던 추관推官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되었다. 명대明代, 불과 정7품에 불과한 추관推官은 처음 진사進士에 합격한 사람이 맡게 되는 관직에 불과하다. 소설《신민공안新民公案》의 주인공 곽사부郭四府는 실제 인물로 이름이 자장子章이며 자字는 상규相奎, 호號는 청라青螺이며, 강서江西 태화현泰和縣 사람이다. 융경隆慶 5년(1571) 진사에 급제하였다. 처음에는 형부刑部에 배치되었다가 뒤에 지방의 건녕부建寧府 추관推官에 임명되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은 곽자장郭子章이 건녕부에 추관으로 있을 때 해결한 것으로 실제 관공문서의 증거를 찾을 수는 없으니 이것이 실제인지 아닌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명대의 추관推官을 이해함에 있어서 이러한 공안소설公案小說은 대단힌 좋은 자료가 된다. 명대明代 말기가 되면 수많은 추관推官의 사건 파일이 민간에 널리 유통이 되었다. 모일로毛一鷺의 그 유명한 《운간언약雲間讞略》이라든가, 이청李清의 《절옥신어折獄新語》, 안준언顏俊彥의 《맹수재존독盟水齋存牘》등이 그것이다.

 

명대 추관推官의 모습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추관推官이 직접 남긴 사건 파일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들 추관推官은 모두 진사출신이며, 이들 문서의 내용이 비교적 간략하기는 하지만 명대에 사건을 판결한 공문서로 간혹 문장에 오류가 있는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문장이 지극히 유려하다.

 

출처: 《文史知识》2015年 第9期

지은이: 郭润涛，北京大学历史系教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