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台想昭明

중국 유학 생활을 돌이켜 보며

by Mr. Trollope 2017. 7. 27.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뇌까지 익어버릴 것 같은 더위다. 연일 40도를 넘는 무더위를 보면서 어째서 영락제가 이 도시를 버리고 북경으로 도망갔는지 이해할 것 같다. 대신에 한국 유학생들은 거진 돌아가서, 흔치 않게 기숙사는 쾌적하다. 학기 중에는 언제나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 담배를 피러 나온 사람, 연애질을 하러 나온 사람. 엘리베이터를 타면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교회 전단지가 붙어 있었고, 학기 초만 되면 한국유학생회에 가입을 권하는 대자보가 있었다. 지금은 조용해서 좋다.


중국에 온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중국 유학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유학은 어렵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캐나다든. 전도 유망한 유학생을 망치기 위한 덫은 어디에나 숨어 있다. 어릴 적 오렌지족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이들은 실패한 유학생들이었다. 중국이라고 크게 다를까. 특히 중국 유학은 실패하기 쉽다. 그건 중국 탓이 아니다. 중국은 민도가 낮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겐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국 유학생들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랬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유학생활은 어렵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고립된 채 생활하는 고통, 언어의 장벽, 생소한 환경. 이를 극복하겠다고 다른 한국인들에게 손을 뻗치면 금새 현지로부터 고립되고 유학은 실패한다. 그렇다고 그들과 담을 쌓고 생활하면 유학생활은 고난의 행군이 되어버린다. 힘든 생활을 이겨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귀국을 선택했다. 양날의 검이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중국 유학을 보자.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왔든, 중국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 들어가기도 쉽다. 외국인이라면 거의 장벽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높으면 대학 평가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명문대생이 되었다. 만나는 중국인마다 나를 달리 본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게다가 한류가 유행하고 있다. 누구나-최소한 대부분은- 한국을 좋아한다.(최근에는 사드 문제 때문에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한다. 물가도 싸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기초 생활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다. 문화생활(대부분은 유흥이다)에 필요한 돈도 여유가 있다. 게다가 외국인 신분이다. 유럽에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동등한 신분에서 어울릴 기회가 많다. 순식간에 국제인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위기에 휩싸인다. 게다가 파티 문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기회가 있든 없든, 영미권 학생들과 함께 하는 파티 문화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환상적이다.


그렇게 유학생활은 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유학생들과 담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타지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더 수월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또 다른 한국인 사회에서 생활하는 것과 외국인 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얼마나 훌륭하게 외국어를 마스터 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왔어도 문제는 다르지 않다. 의사 소통에서 생기는 장애는 필연적으로 갑갑함을 느끼게 만들고 이는 우울함의 원인이 된다. 또 유학생활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학사 행정에서부터, 유학생 담당자를 상대하는 것 까지. 중국의 대학 행정은 불친절하기로 이름이 높다. 매우 높은 확률로 공고같은 것은 없다. 유학생관리 사무소나 학과 사무실 앞에 종이 한장 붙여주는 것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직접 찾아가서 묻는 것은 더 어렵다. 수많은 유학생을 상대해 온 그들은, 우리의 언어 수준을 보고 무시하거나 무성의로 응대한다. 중국에 처음 도착해서 해야 할 일-비자 문제와 핸드폰을 개통하고 학생증을 만들고 학교통장을 만드는 것 까지-은 많은데 일의 순서가 꼬이면 모든게 엉망이 된다. 예를 들어 비자를 신청하느라 여권을 제출해버리면 여권이 도착하기 전까지 기차나 비행기도 탈 수 없고 통장도 핸드폰도 학생증도 없이 몇 주 동안 생활해야만 한다. 중국에 오기 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던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이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인 커뮤니티를 찾아야 한다. 한국인 커뮤니티와 담을 쌓는다면 이런 정보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유학생활은 망하는 것이다.


유학생활에는 실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선배들이 중국 유학을 택했고, 그 중 많은 수가 한국의 대학교에 복귀해서 좋은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그렇지 못한 선배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찌됐건 중국 유학은 필연적이다. 중국은 성장하는 땅이다. 나는 이곳에서 두 개의 중국을 본다. 하나는 G2의 중국이고 다른 하나는 1인 GDP 8천 달러의 중국이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빌딩들, 눈이 돌아가게 발전하는 기술을 보면 나는 이곳이 강대국임을 실감한다. 최근 한국 모바일의 수준은 위챗이나 알리페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볼 그때라고 해서 과연 다를까? 다른 하나는 8천 달러짜리의 중국이다. 지하철 역 앞에서 구걸하는 사람, 영화관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 도로 변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아직 이곳은 개발도상국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쪽의 중국이 진짜 중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전자를, 누군가는 후자를 말할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이 나라를 마주해야 한다. 이 나라는 우리의 이웃 나라이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중국을 배워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유학을 오고 더 많이 중국을 이해해야 한다. 이건 미국을 버리고 중국을 따르자는 말이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대륙이 찢어져서 한반도가 남반구로 이동하지 않는한,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때문에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 대개의 경우 - 중국 유학은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중국 유학을 결정하기로 할 사람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