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台想昭明

나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by Mr. Trollope 2017. 10. 7.

나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믿을 수 없다. 그가 새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설령 새정치라는 것이 가능성 있는 구상이라고 치자. 그리고 그가 선의의 개혁가라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을 보면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안정적인 지지기반도 없고 국정을 이끌 동력도 없으며 국정운영의 매카니즘에 대한 본인의 이해도 부족하다. 집권한다면 주위에 위치한 거대한 사람의 장벽은 그를 고립시킬 것이고 실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로부터 눈과 귀를 가리게 하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그를 떼어놓을 것이다. 



 역사 속의 수많은 위대한 개혁가들, 용감한 사상가들이 이와 같은 실패의 과정을 겪었다. 그들의 사상은 오해를 받고 손발처럼 움직이지 않는 손발의 책임을 지느라 도덕적 정당성에 타격을 입었다. 마침내 개혁의 가치까지 의심을 받고 결국엔 몰락하였다. 이게 내가 지금껏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것이다. 정말, 정말 안철수가 선의의 개혁가라는 가정을 놓고 보았을 때조차 그렇다. 개혁가 자신이 결함있는 사람일 경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태생적으로 약점을 안고 출발하기 때문에 개혁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양보를 해야 한다. 소수파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의 모든 과정은 타협을 통해서만 쟁취되기 때문에 그의 개혁에는 온갖 사상이 스며들고 점점 잡탕이 된다. 결국 개혁을 변호하는 것은 정치적 적수의 정책을 변론하는 것으로 둔갑해버리고 정치적으로 고립될수록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다. 그가 얼마나 큰 권력을 가졌는지는 상관없다. 대한민국처럼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필립 쿤의 연구가 하나 있다. 이 책은 18세기 중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영혼을 훔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 아이들의 영혼을 훔치고 있다는 괴소문이 중국 사회에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황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하고 관성적인 해결책으로써 넘겨버리려는 관료집단의 보이지 않는 저항과 마주해야 했다. 황제는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협박하고, 훈계하고, 명령하였지만. 결국 그가 승리했을까? 아니다. 그가 얼마나 추상같은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시스템을 거치면서 그것은 뒤섞이고, 흐려지고, 무뎌졌다. 소용이 없었다. 그는 30년간 제국을 다스린 50대의 노련하고 원숙한 정치가였고, 어느 것도 못할 것이 없는 절대권력을 가진 황제였다. 황제조차도 자신의 손발이 반항하는 것은 어떻게 하지 못했다. 하물며 현대 한국에서 대통령이? 정치 새내기가? 그걸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례를 보자. 


 소수파에 위치한 개혁가가 몰락하는 과정은 조광조나 왕안석과 같은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명은 가시적인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명은 (비가시적인 개혁의 성격상) 성과의 여부에 구애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몰락을 막아내진 못했다.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성장한 탓에 개혁가의 주위엔 미처 검증받지 못한 인재로 채워졌다. 그들을 하나의 이념과 정책으로 결집시킬 충분한 시간도 부족했다. 개혁가는 스스로가 새롭기 때문에 국가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새롭지 않은 집단의 개혁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개혁파는 스스로 개혁을 더럽혔고, 스스로 개혁에 마침표를 찍었다. 


 개혁가 자신이 도덕적이지 않은 경우를 보자. 왕망이나 장거정이 그렇다. 이들은 위에 예시로 든 어느 누구보다도 교묘하고 정교한 술책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진정으로 정치가란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랜 시간 정치시스템 속에서 기술을 연마하였기에 정책에 맞게 세심하게 조종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개혁을 가로막은 것은 개혁가 자신의 부정이었다. 개혁의 동력이 크면 클수록, 저항도 마찬가지로 크다. 저항하는 힘은 파고들 틈새를 찾기 마련이고, 개혁가 개인의 결함은 어떤 것보다도 크고 치명적인 틈이었다. 부정한 개혁가에 의해 추진되는 개혁은 더이상 정당성을 얻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죽음이 개혁의 끝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혁은 두 개혁가의 육체적인 죽음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개혁은 부정과 부패의 혐의가 그들의 이름 위에 씌워진 순간에 끝났다. 


 안철수의 상황을 어떠한가. 그는 소수파이다. 30여 석에 불과한 꼬마정당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집권후에는 반드시 다른 정당과 연합해야 한다. 더욱 나쁜 점은 그의 지지자 중 절반 가량은 다른 세력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라는 점이다. 안철수의 측근은 급조된 인재풀의 전형이나 다름없다. 신천지나 조폭 논란이 그렇다. 안철수가 이들과 관련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들이 안철수의 주위에 얼마나 가까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둘째 그는 정치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이다. 그가 정치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가. 아니다. 그의 선거캠프는 마치 두 개의 머리가 있는 것 같고 안철수는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정책을 정당에 뿌리내리는데도 실패한 사람이, 국가 단위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집단을 이용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나는 이걸 상상하기 힘들다. 어느 누가 봐도 그는 풋내기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흠결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앞의 두 가지 문제보다 더 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안철수와 관련해 제기된 또는 드러난 의혹을 살펴본 적이 있다. 목록이 너무 길어서 전부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되고, 또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다. 예전처럼 사업을 하거나 강단에 남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
지난 대선 기간에 썼던 글이지만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았다. 
이제 생각이 났다. 
요즘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을 보니 아직까지는 내 판단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