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台想昭明

똘레랑스냐 앵똘레랑스냐의 문제에 관해

by Mr. Trollope 2013. 1. 9.

굳이 어울리지도 않는 프랑스어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홍- 작가를 통해 소개된 이 용어를 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용어를 쓸 이유는 없다. 


지난번 대선이 끝난뒤 선배와 대판 싸운 일이 있었다. 주변에서 그랬다. 


- 왜 그랬냐 어차피 정치 얘기인데 그걸 갖고 그렇게 싸울 필요가 있었냐 

- 너 의견이 다르고 그 의견이 다른건데 그냥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면 되는거 아니냐. 

-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끼리 왜 굳이 말을 섞으려고 하느냐. 


내가 믿었던 것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토론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고파스를 비롯한 여러 우익 경향의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고. 계속해서 부딪치고, 우익 경향의 사람들과 말싸움을 계속한 이유는 오직 그 때문이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선에서 멈추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랬다. 어차피 평행선을 그리는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 토론의 목적은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토론은, 대화는.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고 내 논리의 헛점과 상대방 논리의 전모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사건의 두 측면을 모두 볼 수 있게끔 해준다. 평행선을 그린다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평행선을 그리면서도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서로 간의 거리를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 계속해서 대화를 해야만 결국에는 그들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 두개의 평행선 모두에게. 


내가 믿었던 것은. 민주주의의 뿌리는 소통에 있다는 누군가의 사상이었다. 너와 내가 다른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어서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른 것 만큼이나 제3의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그들과의 차이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답은 대화 뿐이다.민영화는 지지하면서 FTA는 반대할 수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를 찬성하면서 천안함 문제에는 다른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 왜 대한민국의 정치적 견해가 새누리당 아니면 민주당밖에 없을꺼라고 생각하나? 너와 내가 다르고 멈추는 그 순간, 제3의 의견은 묵살되고 그 누군가는 이쪽 아니면 저쪽 중 하나가 되어버린다. FTA에 대한 누군가의 견해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이 FTA를 찬성해? 아 저 사람은 보수쪽이구나. 끝. 그 사람이 민영화에 대해서, 복지정책에 대해서, 교육정책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래선 안된다. 


내가 믿었던 것은.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거리를 확인하면 두개의 평행선으로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대선은. 모든 희망을 짓밟았다.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짓밟았고.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안일함은 비웃음을 당했다. 주변에서 말했다.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어차피 각자 의견은 다른거 아냐. 그냥 그렇게 살자. 똘레랑스의 자세를 갖자. 이렇게. 하지만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똘레랑스가 아니라. 앵똘레랑스일 뿐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미명 아래. 그 다양성을 짓밟고 정치적 견해를 침묵하게 하고 소통과 통합의 가능성을 없애는 짓이다. 대화를 포기하면서 그들은 같은 세계 속에 있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다른 세계에 있는 어딘가로 밀어버린 것이다. 그래. 아니다. 난 이제 그들의 뜻에 따르겠다. 난 더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 그리고 기꺼이 그들과 하나가 되겠다. 단지 마주 선 상태로. 그래서 그랬다. 포기했기 때문에. 고파스나 그 선배나.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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