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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슈퍼맨 코믹스 : 슈퍼맨이 빨간 팬티를 입는 이유

by Mr. Trollope 2013. 4. 7.





<코믹스>

슈퍼맨 : 포 투머로우(Superman for tomorrow)

슈퍼맨 : 레드선(Superman Redsun)

슈퍼맨 : 시크릿 아이덴티티(Superman Secret Identity)

슈퍼맨 : 올스타 슈퍼맨(Allstar Superman)

슈퍼맨 : 버스라이트(Superman Birthright)


<영화>

슈퍼맨 1 (1978)

슈퍼맨 2 (1981)

슈퍼맨 리턴즈 (2006)





















내가 DC 유니버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는 슈퍼맨이다. 참고로 마블에서는 스파이더 맨. 


슈퍼맨은 영웅이다. 눈에서 빔을 쏘아 물건을 태울 수 있고,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체력 반사신경을 갖고 있다. 일명 Man of Tomorrow. 하지만 그에게도 한계는 있다. 그는 신이 아니니까. 신과 같은 임무를 부여받고 떠받들여지지만, 결코 신은 될 수 없는, 그 역시 한 사람의 인간 - 크립토니안 - 일 뿐이다. 완전한 선함의 상징으로서 슈퍼맨은, 캡틴 아메리카가 순수하게 선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슈퍼맨은 선한 사람의 편에 서서 싸우는 사람이다. (둘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 놀랍도록 선한 외계인은 참 신기한 존재다. 그에 대항해서 싸우는 레스 루터가 완전한 인간을 대표한다면 (그는 아무런 힘이 없다. 돈, 정치력, 외교력, 질투, 시기 등등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대항해서 슈퍼맨에 대항한다) 슈퍼맨은 순수한, 구름 위의 존재처럼. 






때문에 슈퍼맨은 DC와 마블의 세계를 모두 통틀어서 가장 이질적이다. 다른 영웅들은 슈퍼히어로가 되면서 자신을 감추지만, 슈퍼맨은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고, 되려 평소의 모습을 감추는 것이 그 때문이다. 클라크 켄트는 시력이 좋음에도 두꺼운 안경을 쓰고 (어차피 투시하면 되니까), 맞지도 않는 사이즈의 양복을 입고, 일부러 꾸부정하게 서서 건장한 체구를 감추며, 눈에 띄지 않고 수수한 옷차람에,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는 조용한 태도까지. 반면에 슈퍼맨은, 잘 빗어 넘긴 머리로 얼굴 전체를 훤하게 드러내며, 건장한 상체와 울퉁불퉁한 근육이 (조금의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고) 드러나는 옷을 입고 수백미터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도배가 된 유치찬란한 모습을 했다. 왜냐하면 오직 그만이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히어로들이 평소에는 자기 자신으로서 지내다가 히어로로 '변신'을 하는 것과 달리, 슈퍼맨은 히어로가 될 때에야 '변신'상태에서 비로소 자기 '본모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슈퍼맨이 착하다는 것을 알고, 믿고 있다. 하지만, 슈퍼맨이 무섭게 보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하늘을 날아다니고 지구를 몇번이고 파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무섭지 않다고 말하면 그건 틀림없이 거짓말일 것이다. 때문에 슈퍼맨은 끊임없이 말한다. 나는 착합니다. 나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여러분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운하계에서 온 외계인이고, 여러분들이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들이고 1초면 지구인 전체를 몰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지만 여러분들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이걸 믿어야 합니다. 왜 믿어야 하냐면 여러분들이 이걸 믿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그래서 슈퍼맨은 빨간 망토를 두르고 온몸을 파란색으로 치장하고 다시 빨간 팬티를 입는다. 등뒤에 나타날 때까지 알아챌 수 없게끔 시꺼멓게 도배하고 다니는 배트맨과는 다르게. 수백미터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고 때문에 당신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란걸 이해시키기 위해서. 슈퍼맨은 그런 유치한 복장을 입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슈퍼맨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려고 하는 시도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슈퍼맨은 아직도 선한 면을 대변하지만. 이젠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현대 미국의 변화된 지위를 보는 것 같다. 슈퍼맨도 빨간 팬티를 벗어던졌다. 다만 지난 50년간의 슈퍼맨이 끊임없이 우리를 납득시키기 위해 수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의 슈퍼맨은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리는데 주저하지 않고, 나 자신도 고민이 있고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나도 다치면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힘이 조금 셀 뿐이라구요. 



그것과는 별도로, 고뇌하는 히어로라는 모습은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올해 개봉하기로 한 <맨 오브 스틸>은 그래서 기대가 된다. 과연 새롭게 변화된 슈퍼맨을 어떻게 스크린에 담을 것인가. 21세기의 슈퍼맨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그걸 용납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오랫만에 <슈퍼맨> 1,2를 다시 봤다. 2006년에 개봉한 슈퍼맨 리턴즈도. 이건 비록 망했지만. 난 이 영화가 참 좋았다. 이 영화는 거의 슈퍼맨 1,2를 오마쥬했다고 해야 하나 리메이크했다고 해야 하나. 옛날에 슈퍼맨을 봤을 때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을 못했는데, 다시 보니까 많은 것이 보이더라. 




이제와 생각해보면 슈퍼맨 리턴즈와 슈퍼맨 1,2 사이의 공통점이 참 많다. 그 중 몇가지를 적자면


- 슈퍼맨 리턴즈에서 렉스 루터(케빈 스페이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줬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아들아 주식은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교통시스템은 무너질 수 있어 사람들은 하지만 언제나 땅이 필요하고 그걸 얻기 위해 미친듯이 매달리게 되지" 이건 1978년도 영화 슈퍼맨 1에서의 렉스 루터(진 해크만)이 한 말이다. 


- 슈퍼맨 리턴즈에서 렉스 루터는 대부분의 미국 땅을 가라앉히려고 하는데 이 때 캘리포니아만 살아남게 된다. 반대로 슈퍼맨 1에서의 렉스 루터는 캘리포니아만 바다 속으로 가라앉히려고 했다


- 슈퍼맨 리턴즈에서 렉스 루터가 북극에 있는 고독의 요새에 갔을 때 키티가 이렇게 말한다. "여기 와본 것처럼 행동하네요 뭘 좀 알고 만지는 거예요?" 물론. 렉스 루터는 과거에 고독의 요새에 온 적이 있다. 슈퍼맨 2에서.  


- 슈퍼맨 1에서 로이스를 구한 뒤 슈퍼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 일로 당신이 비행기를 무서워하지 않기를 바래요 통계적으로 비행기는 아직까지 가장 안전한 여행수단이니까요" 이 대사는 슈퍼맨 리턴즈에서 그대로 재현되며 그 다음에 슈퍼맨이 날아가면 로이스 레인이 기절하는 것까지 똑같다.


- 슈퍼맨 리턴즈에서 슈퍼맨이 옥상에서 로이스 레인과 만났을 때의 대사는 슈퍼맨 1에서 슈퍼맨과 로이스가 처음 만났을 때의 대사와 매우 유사하다. 


- 슈퍼맨 리턴즈에서 렉스 루터가 크립토나이트를 훔치러 박물관에 갔을 때 크립토나이트의 안내판에는 이 조각이 1978년 아디스 아바바에서 발견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슈퍼맨 1에서의 크립토나이트 역시 아디스 아바바에서 발견되었지만 당연하게도 발견된 연도는 다르다. 1978년은 슈퍼맨 1이 개봉한 연도이다.


- 슈퍼맨 리턴즈에서 잠자고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슈퍼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넌 남들과 달라 때론 외톨이처럼 느껴지겠지만 넌 혼자가 아니다. 넌 나의 힘을 가질 것이고, 내 삶을 네 눈으로 보며, 또 나를 통해 네 삶을 보게 될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된다." 이것은 슈퍼맨 1에서 아버지 조 엘이 슈퍼맨을 우주선에 태우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