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台想昭明

심상정과 정의당은 더이상 진보가 아니다

by Mr. Trollope 2022. 4. 11.

2024년에도 같을 글을 또 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 교도소에 가게 될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 우리가 그곳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 (아마도) 대부분은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친분이 있거나 가족이라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이 실제로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은 중요하지 않다. 행동이 중요할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자기는 밥을 좋아한다고 말하더라도, 그가 1년 365일 빵만 먹고 산다고 하면, 그 사람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며, 빵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게 내 생각이다.

 

 


심상정과 정의당은 줄곧 자신들이 진보라고 주장하고 진정한 좌파 정당임을 내세우지만, 지난 몇년 동안 이들의 행동을 떠올린다면, 그 주장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보수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고, 진보 정책에 반대표를 던져왔기 때문이다. 난 의문이다. 우리가 이들을 진보정당이라고 계속 믿어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심상정과 정의당의 공약은 늘 화려하다. 언제나 진보적인 의제를 선점하고 여성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세계대통령이 된다면 세금을 0으로 하고 매달 천만원씩 지급하겠다. 이게 내 공약이다. 날 세계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 심상정이 하는 말이나 정의당이 내세운 공약과 이게 뭐가 다른가.

 

21대 국회가 절반 정도 지난 이 시점에서, 지난 국회의 후반기 2년과 21대 국회의 전반기 2년을 합친 4년 동안의 표결 결과를 보면, 정의당은 줄곧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주었다. 진보 정책에는 반대표를 던지고 보수 정책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걸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들이 대한민국의 대표 진보정당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그들의 대답을 내맘대로 상상하자면, 아마 이렇게 답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늘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했다. 표결의 결과가 저렇게 나온 것은 정무적인 판단에서 전략적인 투표를 했기 때문일 뿐이다. 저것이 우리의 성향을 대표하지 않는다 라고.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처음 얘기했던 것처럼, 말이 아니라 행동이 그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두번째 민주당의 정책은 불완전하고, 타협적이고, 퇴보적이기 때문에 반대한 것 뿐이며, 민주당의 정책을 수용할 경우 더 많은 결과,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했다 우리는 정책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미래에 반대한 것이다 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좋다. 이해한다. 그런데 왜 민주당의 정책과는 타협하지 않는데 왜 국힘당의 정책에는 그리도 쉽게 타협을 하는 것인가.

 

민주당이 진보를 내세울 때 정의당 쪽에서 늘 하는 말이, 그런 반쪽짜리 진보는 의미가 없고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을 가로막을 뿐이다 우리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 때문에 타협하는 것을 거부한다 였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위) 진보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보수 정책과는 냉큼 타협을 하는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자신들은 타협하지 않는다 우리는 꿋꿋하게 우리만의 길을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콩고물 좀 얻어먹자고 보수주의 정당과 연합을 하는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난 이게 이해되지 않는다.

 

셋째. 그들을 비난하지 말라. 그들은 수십년간 한국의 진보 정치를 위해 공헌한 사람들이다. 네가 지금껏 뭘 했든, 네가 한 것의 배 이상을 했다. 나도 안다. 심상정을 비롯해서 정의당에서 일하고 있고 또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진보를 위해서 공헌하고 희생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직접적 간접적으로 그들과 같은 길을 걷겠다고 나서는 선배 후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진보정치를 위해 일하다가.... 전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실, 꽤. 무척 많다. 진보정당에서 수십년간 활동했을 테니 훨씬 더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좀 더 심한말을 할 수도 있지만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10년 전에 김치에 된장국으로 밥을 먹던 사람이 10년 뒤에는 치즈에 파스타를 얹어서 먹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입맛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되는지는 상관없이.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생각하는걸 거부하고 있다. 저들은 우리와 같은 길을 걷는, 단지 조금 더 과격하고 조금 더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떡고물이 조금 더 필요해서 옆에 있는 사람을 잡아먹고 크려는 괴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조금씩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