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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32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 동녘 / 2012 옛날에 참견을 잘하는 사람을 두고 오지랖을 잘 떤다 그렇게 불렀다. 그는 이타적이다. 그는 발이 넓다. 그는 다른 사람을 돕기 좋아하여,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참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오지랖을 견디지 못하면서 주위에서 한마디씩 던지는 것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사람들을 두고, 그는 참견하기 좋아하고, 잘난척하는 사람이며, 나서지 말아야 할 곳에 나서고 내뱉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주제넘게 자신이 신경쓸 일도 아닌 일에 간섭하지 말라면서. 사실 오지라퍼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왜냐하면 오지라퍼가 환영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간섭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 2015. 10. 4.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 진짜 사나이가 처음 나왔을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나를 비롯한 많은 군필자들 또한 열광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진 공통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획이 만들어졌구나, 억눌린 기억을 양지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열렸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어떤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난 뒤에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그렇게 말할 수가 없겠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이건 '가짜 사나이'다. 이제는 예비역치고 이걸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마 육군 관계자나, (앞으로 군대를 가야 하는) 청소년이나, (앞으로도 군대를 갈 필요가 없는) 여성들이나 즐기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물론 (군대에 관한 모든 것이 추억이나 영웅담으로 남은) 나이든 어르신들도.. 2015. 4. 26.
인 더 하우스 (Dans la maison, In the House, 2012) 한 때 하숙을 한 적이 있는데 2006년 쯤인데 연대 서문 근처였고 한 1년을 산 것 같다. 아주머니의 음식도 맛이 있었고 같이 사는 하숙생들도 친절했다. 그곳에서 재미난 일화는 많지만, 지금 이 얘기를 하려는 이유는 그 곳 하숙집의 주인 아저씨가 정말 대단한 영화광이었기 때문이다. 집의 거실 3면에는 DVD와 CD 꽂이가 가득히 메우고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동안 전부 살펴보지도 못했을 정도다. 정말 굉장했다. 상당한 영화팬인 점을 늘상 자랑스러워하는 편이지만 이 아저씨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에서 그 동안 감상한 영화를 찾아 평점을 단 적이 있다. 내 기록은 다른 친구들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였고, 나는 잠시 우쭐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이 아저씨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정도로 굉장했다. 그랬던 이.. 2014. 8. 12.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2014-present)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사는 6명의 청년들이 "피리부는 사나이(Pied Piper)"라는 벤처 기업을 창업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현실을 그대로 복제해내기로 유명한 HBO의 드라마 답게 놀라운 리얼리티가 일품이다. 어떻게 보면 과도 유사한데 IT 공돌이들의 모습을 다루었다는 점,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또한 에서 주인공 그룹의 너드(Nerd) 문화가 페니와의 만남 등을 기회로 점점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사회과를 보여준 것과 비슷하게도, 은 코드만 짜면 그만인 '인큐베이터'로부터 벗어나 기업과 시장으로 이루어진 냉혹한 현실사회로 진입하는 이야기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 그룹은 모두 특출나게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4명 중 2명의 IQ를 합하면 360이 된다던가 직관적 기억력(.. 2014. 6. 23.